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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15

[교수][사랑, 36.5°C]우리가 올린 벽돌 한 장이 글로벌 한양의 주춧돌이 되길 바라며

젊었을 때 현실보다는 관념과 이상에 치우쳤다는 강봉구 교수는 사회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던 젊은 날 자신의 무력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공부에 몰입한 것도 아니었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앞장 서 피켓을 든 기억도 없이 살아온 것이 부채로 남아 언제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 마음의 짐을 덜고자 백만 원, 이백만 원 시작한 기부가 어느 새 천만 원을 채우는 사이 사회적 채무의식은 보람으로, 한양인의 자부심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글. 편집실 / 사진. 홍승진 ▲ 강봉구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Q. 처음 발전기금을 기부하신 것이 2011년이던데요, 교원으로 재직하시던 시점인지요? A. 학위를 마치고 돌아와 연구위원으로 2000년 3월 부임했습니다. 그러다 2007년 비정년트랙교원, 2011년 정년트랙교원이 되었으니 어느새 7년째 교수로서 한양대에 몸을 담고 있네요. 신분을 떠나서 한양대를 통해 지적으로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도 얻는 등 많은 혜택을 얻었으니, 제 기부는 어느 정도 그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Q. 학생 때와 교원이 되었을 때 학교를 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지요? A. 학생은 교육서비스의 수혜자로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교원은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학교는 노동과 자기실현의 장이기도 하죠. 그래서 교원이 된 후에는 타대학과의 경쟁이나 글로벌 한양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의 위상에 더욱 민감해진 것 같습니다. Q. 교원으로서 그런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교수님의 기부가 정말 절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A. 제 기부내역을 보시면 많은 부분이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한 것입니다. 교원으로서 한양대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해 내가 한 일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반성하게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죠. 2008년도에 설립자 김연준 박사님께서 작고하셨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제 나이 그때 오십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물 여섯 약관의 나이에 기술공학을 바탕으로 민족의 자립을 고민하고 학교를 세우셨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나이에 사회현실에 대한 불만이 앞섰을 뿐, 개선을 위한 비전과 실천이 따르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10만 원, 20만 원 작은 금액부터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너무 큰 금액을 목표로 하면 영영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작은금액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늦으면 안될 것 같다는 조급함도 한몫했지요. Q. 작은 금액이라고 하셨지만 시간이 흐르니 제법 큰 금액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A. 가족들에게 상의를 하거나 알리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외협력팀에서 보내는 감사편지를 본 아내가 알게 되었죠. 핀잔을 들을까 걱정했는데, 당신도 그런 일을 할 줄 아느냐며, 나중에 상황이 나아지면 더 크게 기부하라고 한술 더 떠 응원해 주더군요. Q.현재도 매월 급여에서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계십니다. 일시납이 아닌 정기납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저 역시 봉급생활자입니다. 많은 금액을 한 번에 내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액이라도 꾸준히 한다면 세월의 힘을 입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목표액을 정하고, 그것을 기부할 수 있는 시간안에서 나눠 내는 거죠. 이런 방식이 좋은 것은 기부든 봉사든 습관화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습관으로 몸과 마음에 체화되면 그때는 기부가 생활이 될 수 있거든요. Q.교수님의 그런 마음이 한양대에 어떤 변화를 만들기를 원하십니까? A.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지향점이 ‘글로벌 한양’입니다. 글로벌 한양의 주체는 학생들이죠. 학생들의 글로벌 시야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글로벌봉사단이나 해외 연구학습 인프라 조성 등 학생들이 해외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지적으로 성장한 학생들로부터 즉, 새로운 세대로부터의 변화가 글로벌 한양의 실현을 더 앞당길 테니까요. Q.기부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독려의 말씀을 하신다면? A. 나이가 들면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 안에는 가진 것, 향유하는 것을 나누고 정리하여 이루어내는 단촐한 삶도 포함되어 있죠. 미국의 경우 개인의 사회적 성취는 자유경쟁의 보장과 법치라는 사회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성취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공동체에 대한 감사와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거부들은 교육과 대학에 기부합니다. 가장 보람 있는 기부는 모교에 대한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교의 발전을 통해 우리사회의 성숙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소액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올린 벽돌 한 장이 한양대를 세계 100대 명문대학에 진입시키는 밑받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문들의 기부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장기모금 캠페인도 있었으면 합니다. 동행한대 2017년 AUTUMN (제7호) 이북 보기

2017-11 15

[교수][희망, 100℃] 한양대 의대의 글로벌 비상, 내 원대한 꿈이 되다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평생 꿈이었다는 하충식 한마음창원병원 이사장. 그러나 그는 그 오랜 꿈을 접었다. 2011년 한양대학교와 의료협약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대학 설립을 위해 마련한 돈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발전에 기부하면서 그의 꿈은 한양대 의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200억 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약정한후 지금껏 누적 기부액 26억 원을 꾸준히 기부하며, 이제 하충식 이사장의 꿈은 한양대 의과대학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홍승진 ▲ 하충식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 이사장 한양대 의과대학이 내 꿈을 실현시켜 줄 것이다 하충식 이사장은 ‘지방대 의대’ 출신이라는 뿌리 깊은 학력 차별의 꼬리표를 끊기 위해 평생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한양대 동문이 아님에도 한양대의 발전을 위해 200억 원의 발전기금을 약정했다. 이 돈은 평생의 꿈이었던 의과대학 설립 자금이었다. 요즘은 ‘한양대 의대의 발전이 곧 나의 꿈’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하충식 이사장이 한양대 의과대학을 이처럼 각별하게 생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향인 경남에 국내 최고의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어요. 경남은 의료환경과 교육환경이 제일 열악한 지역으로 손꼽히는데 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140억 원을 들여 한 지방대학을 인수해 의과대학 설립을 도모하기도 했지만 포기했다. 전국에 41개의 의과대학이 있는데, 그가 또 설립한다면 42번째 의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42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충식 이사장은 농담처럼 ‘어느 세월에 최고의 의대로 키우겠느냐’며 차라리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을 발굴하고 더 발전시키는 방법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2011년 한양대학교 협력병원으로 지정되고, 깊은 신뢰관계가 형성되면서 결심을 굳혔다. 2015년에는 한양대와 의료임상, 교육, 연구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이름도 ‘한양대학교 한마음창원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앞으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교수 30여 명을 비롯한 우수한 인력들이 배치될 예정이다. 또한 아시아의 의료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한양대학교 한마음국제의료원’을 신축 중이다. 완공되면 200여 명의 의사가 상주하게 되는데 이는 의과대학 1개가 만들어지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한다. 그러니 한양대 의과대학이 하충식 이사장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양대학교가 글로벌 대학으로 비상하는 데 우리 의과대학이 든든한 날개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나의 기부가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부금과 별도로 매년 2천만 원씩 총 3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창원사랑 한마음병원 장학기금’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장학기금은 경남 출신의 한양대 재학생들을 위해 사용된다. 현재 한마음창원병원에는에는 한양대 출신 교수가 여럿 재직 중인데, 이분들 역시 후배들을 위해서 매달 5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여기에 병원에서 좀 더 보태 매년 약정된 금액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충식 이사장은 한양대에만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그가 졸업한 모교에도 매년 지속적인 기부를 하고 있어 이를 모두 포함하면 연평균 20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고 있다. ‘부러운’ 부자가 아니라 ‘존경받는’ 부자가 필요한 사회 “거기 이사장님이 억수로 훌륭하신 분이라예. 창원 사람치고 그 양반 도움 안 받은 사람이 없을낍니더.” 창원중앙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한마음창원병원으로 가자고 했을 때 택시기사가 한 말이었다. 하충식 이사장은 경남지역민들 사이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있다. 2011년에는 국민이 추천하고 정부가 포상하는 제1회 국민추천포상에 선정되어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평소 근검 절약정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수억 원을 기부하고 지역민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여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다는 공로였다. “60~70년대엔 거지가 아니더라도 춘궁기에는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내 집에 들어오는 사람 빈 그릇으로 보내지 마라, 사람 괄시하면 못 쓴다’고 가르치셨어요.” 이런 밥상머리 교육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인턴 시절에도 명절이면 사비를 털어 병원 미화원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994년 개원과 함께 본격적인 사회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21년째 매일 아침마다 직원들과 함께 병원과 주변 거리를 청소하며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최장시간 자원봉사 인증을 받은 이력도 있다. 경남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복구입비, 수학여행비 지원금을 매년 4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파도 파도 미담 투성이니 요즘말로 ‘파파미’가 따로 없다. ▲ 하충식 이사장은 경남지역민들 사이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있다. 평소 근검 절약정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년 수억 원을 기부하고 지역민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여 희망과 감동을 주고 있다. 돈을 물 쓰듯 펑펑 쓰는 자린고비 하충식 이사장은 자린고비로도 유명하다. 십 수 년 간 조심조심 타던 자동차가 수명을 다해 몇 해 전에는 차를 바꿨다. 이 차도 2,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더 이상은 과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골프는 아예 배우지도 않았고 배드민턴을 좋아한다. 진료를 보는 병원동과 달리 행정동 복도에는 형광등을 반만 켜두어 늘 어두컴컴하다. 이사장실은 물론, 회의실도 에어컨 대신 선풍기 2대로 여름을 났다. 뽁뽁이를 유리창에 붙여 냉난방비를 아끼고 있다. 이렇게 지독한 자린고비라는 소리를 들어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단다. 남을 도울 때는 돈을 물 쓰듯 쓸 줄 알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 기부란 도대체 무엇일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답이 다소 진부하다 생각을 하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온 얼굴에 하회탈 같은 웃음주름살이 퍼진 표정으로 기부를 할 때의 행복함이 어떤 건지 대신 말해주었다. “기부나 남을 돕는 행위가 ‘내 주머니 털어서 비우는 것’ 같지만 궁극에는 10배로 채우는 행위입니다. 그간 기부를 통해 얻은 깨달음입니다. 사실, 우리 병원의 성장도 기부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한마음창원병원이 우리나라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기도 하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병원이기도 합니다.” 하충식 이사장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부자가 아니라 ‘존경받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13대를 이어간 경주 최 부잣집 같은 부자를 꿈꾼다. 이웃과 나누고 절제할 줄 아는 그의 삶의 방식이라면 대를 잇는 ‘하 부잣집’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동행한대 2017년 AUTUMN (제7호) 이북 보기

2017-10 28 중요기사

[교수]함께한 17년, 일구어 낸 성과를 바라보며 (1)

기부문화 확산, 공익기금 조성, 사회공헌에 기여하는 ‘아름다운재단’이 올해로 17주년을 맞았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 종교기관의 지원 없이 시민들의 참여로 설립된 이 재단은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공익활동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이런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재단의 활동에 창립 초기부터 참여해온 사람이 있다. 2000년부터 아름다운재단에 참여하고 2012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2017년 2월까지 봉사한 예종석(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뉴스 H가 예종석 교수를 만나봤다. 흙 속에서 피운 꽃 “뿌듯하고,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창립 초기부터 함께한 단체의 약진을 바라본 예종석 교수의 회고다. 재단이 출범한 2000년부터 창립에 참여하고, 정책 자문단장을 거쳐 기부문화연구소장을 역임한 후, 재단 이사를 거쳐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아름다운재단’을 이끌었다. “그 당시 한국의 대다수가 바라보는 일반적인 재단의 위치는 재벌의 상속수단,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조세피난처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복지정책의 그늘에 놓인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싶었던 예 교수는 어려운 길로 발을 내딛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누가 처음 들어보는 신생 재단에 기부를 하겠습니까?”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과 새로이 출범한 재단이라는 핸디캡을 떠 안은 채 업무를 이어 나가던 중,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께서 일본으로부터 받은 보상금 5천만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할머니의 기부를 종자돈으로 재단의 사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던 당시의 예종석 교수. 재단이 마주한 현실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진 출처 : 세계일보 박진영 기자) 가까스로 재단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애물은 많았다. “보수정권에서 아름다운재단을 안 좋게 봤어요. 우연의 일치인지, 재단을 거쳐 정계로 진출한 인사들이 대부분 야권에서 활동해서 보수정권에선 당연히 재단을 좋게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정치 이념에 관련되지 않는 일을 하고, 관여하지 않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격과 압박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린 예 교수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기업의 기부가 끊기기 시작하고, 극우보수단체들이 심심치 않게 재단 사무실 앞에서 시위도 할 때였습니다.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고소고발도 15건씩이나 받았고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 역량을 기르는 것. 예종석 교수는 어떠한 여건에서도 할 일을 할 수 있는 재단이 되기 위해 체질을 바꿔야 했다고 한다. “역량을 길러서 어떠한 난국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돕고자 하는 목적사업을 해 나갈 수 있는 재단이 되어야 했습니다.” 다액 소수의 기부에서 소액 다수의 기부로, 준조세성 기부에서 자발적 기부로, 기업 기부에서 개인 기부로. 아름다운재단은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우리나라의 기부문화의 판도를 바꿔 나갔고, 고정 기부자들을 확보해 나갔다. 2017년 현재, 아름다운재단은 크게 성장했다. “많은 참여자들 덕분입니다. 재단에 참여한 수많은 기부자들과 봉사자들이 없었으면, 재단의 오늘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재단에 관련된 모두가 함께 일구어 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많은 도전, 그걸 위한 사명감 위에서 말한 아름다운재단의 성과 외에도 예종석 교수의 족적은 매우 많다. 기업과 비영리 단체 양 쪽을 오가며 수많은 경영에 참여했다. 교수로서의 업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위의 업적들을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종석 교수는 사명감이라고 답했다. “기업과 비영리 섹터, 양 쪽을 이해하고 중간에서 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주최하는 기부문화 관련 연구자료 발표행사인 기빙코리아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예 교수는 기업과 비영리 단체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 교수는 양자 간의 간극을 좁히고 기부문화를 개선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활동을 이어나갔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인의 기부는 대부분 법인의 돈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의 홍보 효과를 위한 수단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서 기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인 기부에서 개인 기부로, 다액소수의 기부에서 소액다수의 기부로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사명감을 차치하고라도, 예 교수는 이러한 활동을 자신이 좋아하기에 큰 부담 없이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즐겁게 하는 일은 부담을 느끼지 않아요. 힘든 일이지만, 제가 좋아하고 즐기던 일이었으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어서, 그리고 즐거워서. 예종석 교수는 본인이 접한 다양한 길들을 걷게 된 이유를 단 두 가지로 설명했다. 이러한 업적을 쌓는 데 필요한 경영학적 소양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예종석 교수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껴 경영학으로 들어섰다고 한다. “공부할 당시에는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경영대학에서 소비자의사결정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큰 매력을 느꼈어요.” 경영학에서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흥미를 느꼈다는 예 교수는 경영학에 입문하고 나서 당대의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는 행운 또한 얻었다고 한다. “그 당시 최고의 교수들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학자들이 한 대학에 모여 있기 쉽지 않았는데, 저는 학생으로서는 매우 행운아였죠.” 가고자 하는 곳으로,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 달려라 예종석 교수는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열심히 하세요. 꿈을 이루고 싶다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남들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예 교수는 노력 위에 먼저 생각할 몇 가지 것들을 주문한다. “지금 막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은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시기에 살게 될 겁니다. 현재도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이 진행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예정입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하게 잡으세요.” 예종석 교수는 2019년 2월 정년을 맞는다. 이제는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을 살 계획입니다. 물론, 그것도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할 겁니다.” 전업 작가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는 예 교수는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번잡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일해본 경험이 새로운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 경험들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수, 기업의 경영자문역, 기부문화운동가, 비영리단체 경영자, 마케팅 전문가, 시사 칼럼니스트, 음식문화평론가, 체육단체간부 등 수많은 직함을 갖고 활동을 했던 예종석 교수는 경험을 살려 전업작가의 길을 걸어보려고 한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예종석 교수가 써 내려갈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 ▲예종석 교수는 다양한 경험을 살려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예정이다. 글 / 사진 채근백 cormsqor12@hanyang.ac.kr

2017-09 20 중요기사

[교수]“왜 로봇을 만드냐고요? 재밌잖아요”

TV 속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은 멋지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우리를 닮은 거대로봇이 날아와 거뜬히 사람을 구한다. 로봇은 많은 남성들의 어린시절을 장식했던 소재다. 만화 속 이야기일 뿐이던 로봇이, 어느새 실재하는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걸음의 선두에는 ‘로봇덕후’ 한재권 교수(융합시스템학과)가 있다. 그의 곁은 로봇투성이 한 교수는 국내외로 유명한 로봇공학자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과 동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무기 산업에서 종사하다 십년 전부터 로봇공학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온통 로봇 천지다. 중앙에는 최근 개발한 스키로봇 ‘다이애나’가, 책상 위에는 그의 첫 작품 ‘험비’가, 그 밖에 어딜 둘러보든 로봇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가 바로 한 교수 되겠다. ▲지난 18일 연구실에서 만난 한재권 교수(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학과)로부터 로봇과 함께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봇은 이미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과거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로봇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있고, 얼마 후면 흔히 상상하는 ‘사람을 닮은 로봇’, 곧 휴머노이드 또한 흔해질 거라곤 말한다. 하지만 로봇을 만드는 로봇공학은 무척 낯선 분야다. 특히 국내에는 로봇공학을 하는 기업이나 대학이 그리 많지 않다. 한 교수의 직업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특별한 사람으로 분류되기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은 “좋아했던 일을 쫓은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 흔히 언론이나 방송에서 한 교수를 동생을 위해 로봇공학자가 된 사람이라 말한다. 뇌성마비인 동생을 돕고 싶어 로봇을 만들게 됐다고. 하지만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따지고 보면 결국 TV 속 로봇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이 길을 택한거죠. 만약에 그때 의학드라마에 몰입했더라면 의사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겠어요?” 늦었지만 제대로 가슴속에 품어 둔 로봇이지만, 한 교수의 어릴 적 한국은 지금보다 로봇을 배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아쉬움 속에 기계공학과를 택했고, 석사까지 취득했지만 바로 로봇의 길로 가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법은 있었어요. 일본이나 미국처럼 로봇공학이 발달한 곳으로 유학을 고려해볼 수 있었죠. 그땐 확신이 없었던 듯해요.” 한 교수는 석사 이후 얼마간 대기업에서 무기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늦게나마 유학을 마음먹었고, 또다른 유명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있는 버지니아 공대로 가 제대로 로봇을 배웠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로봇을 만들지 못해서 였을까, 한 교수는 이후 엄청난 속도로 로봇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 처음 선 보인 로봇은 변신하는 ‘험비’. 미군 장갑차 형태의 RC카를 일주일 만에 개조해 만들었다. “그때 막 <트랜스포머> 첫 시리즈가 나왔을 때에요. 영화 보고 무척 감명받았는데, 마침 회사에서 휴가를 길게 얻어서 ‘이때다’하고 만들었죠.” 그렇게 만든 로봇은 유투브에도 올라와 현재 3백만 회가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만들었던 모든 로봇이 소중한 그에게 아직도 험비는 큰 인상과 함께 사무실 책상에 남아있다. 다가오는 로봇시대는? 흥미롭게도, 로봇공학자로서 한 교수는 되려 “꼭 로봇공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로봇 기술은 분명 세상을 바꿀 겁니다. 현존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죠. 하지만 대신, 로봇을 이용한 무수히 많은 직업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는 ‘러다이트 운동’을 언급하며,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와 같은 부정적인 예측이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한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 일자리를 돌려달라’며 기계를 부쉈지만, 이내 그 기계들을 활용한 새 일거리를 하러 다들 흩어졌죠. 로봇도 단기적으로는 경쟁자로 보이지만, 결국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들테죠.”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생겨날까. 한 교수는 과도한 예측은 또한 경계했다. “어떤 직업이 나타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미래를 예측한다는 얘기는 사기죠. 다만, 로봇의 특성을 잘 알고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는 로봇의 특징으로 고도화된 계산 능력,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 등을 꼽았다. “반대로 사람은 비이성적이고, 계산 대신 직관에 많이 의존해요. 과거에는 인간의 단점으로 여긴 것들이지만, 이젠 이를 활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로봇 제작에 공학만 이용되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자신의 작품 중 외형이 예쁜 로봇들은 모두 미술을 전공한 아내 엄윤설 교수의 손을 거쳤다고 강조한다. 또한 가장 최근에 제작한 스키 로봇 ‘다이애나’는 전 스키 국가대표 문정인 씨와 협업을 거쳤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들은 심리학 쪽 연구자와의 협업으로 만들었다. “크게 보면 로봇은 도구이기도 해요. 로봇 자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가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도 중요한거죠.” 평생가겠다, 로봇 사랑 한 교수는 재작년부터 우리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도 도모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회였던 DARPA(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 로보틱스 챌린지에 참가하며, 한국에 로봇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ERICA캠퍼스에 로봇공학과가 생겨 일반대학원 융합시스템학과와 공학대학 로봇공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최근엔 지도했던 학생들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관련기사:유호연·배종학 학생 ‘로보페스트 국제대회’ 우승) 앞으로도 물론 로봇을 만들어갈 한 교수다. “아주 장기적으로는 만화 속 거대로봇도 만들고 싶어요. 이유요? 멋있잖아요! 물론 쉽진 않을거고, 가깝게는 휴머로이드도 계속 만들고, 재난 탐사에 필요한 로봇도 더 만들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HRI로봇도 만들겁니다.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한재권 교수가 최근 만든 스키로봇 '다이애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박영민 기자 pym0212@hanyang.ac.kr

2017-09 13

[교수][시선집중] 성실함으로 오롯이 한길을 걷다

지난 6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 석상일 교수, 고려대학교 노준홍 교수가 공동 연구한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 성과가 실렸다. 김은규 교수에게는 지난 30년간 굳건히 한길을 걸어온 결실이자 성과였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 저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 과학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논문이 실리길 소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하지만 까다로운 심사와 함께 경쟁률이 높아 누구나 논문 게재의 영광을 누릴 수는 없다. 물리학과 김은규 교수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태양전지연구센터를 이끌었던 울산과학기술원 석상일 교수, 고려대학교 노준홍 교수와 함께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그 연구 성과가 <사이언스> 6월 30일자에 게재됐다. 기쁨의 크기가 너무 컸던 것일까. 김은규 교수는 논문이 게재된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을 때 의외로 덤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3월 말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1~2주 후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편집자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은 그만큼 연구 성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게재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최종 통보는 5월 중순께 받았어요.” 하지만 논문이 실린다는 소식에 담담했던 것과는 달리 논문 요약문의 첫 문장, 첫 단어로 ‘결함 상태 분석’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저널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논문의 의의를 밝히는 요약문이 실리는데, 여기에 첫 단어로 언급됐다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결함 상태 분석’을 김은규 교수가 담당했다. “우리 연구실의 반도체 결함 상태 분석 기술이 유무기 태양전지 고효율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매우 기쁩니다.”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태양전지는 무한한 청정 태양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변환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최근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태양광에너지는 유력한 대체에너지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약 90% 이상 사용되고 있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효율은 높지만 고도의 기술과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해 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제작 가능한 유기 및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효율이 낮아 대규모 상용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렇게 현재는 다양한 태양전지들이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 중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하고 기존의 유기 및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효율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실리콘 태양전지나 박막형 태양전지의 효율에 근접하고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은규 교수는 약 5년 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의 태양전지연구센터와 유무기 혼성 반도체 태양전지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를 함께추진하게 됐다.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13년부터 해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광전변환 효율을 16.2%에서 17.9%, 20.1%로 세 차례 갱신한 바 있는데, 그동안은 소재 합성 및 소자 구조나 공정 변화로 효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이번에 광전 효율을 22.1%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광전 에너지 변환 효율을 감소시키는 소재 내부의 결함을 줄인 덕분이다. “근원적으로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내부 결함 문제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그동안 연구해온 DLTS(Deep Level Transient Spectroscopy, 깊은 준위 분광법)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양이온, 음이온, 할로겐화물로 구성된 신소재인데, 광전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할로겐화물의 결함을 잡아 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즉 할로겐화물의 내부 결함을 줄이기 위해 요오드화 이온의 형태를 제어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소자에 적용해 세계 최고의 공인 인증 효율인 22.1%의 광전변환 효율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결함 상태’ 연구 “향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대면적화 및 태양열에 의한 온도 상승 시 열적 안정성, 소자 신뢰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결함 상태 연구가 주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가 연구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입니다 .” 태양전지 소자의 결함 농도 및 결함의 에너지 준위를 측정할 수 있는 DLTS는 김은규 교수가 1980년대 중반부터 심취한 분야다. 특히 반도체물리학 전공자로서 반도체 소재의 물성 및 결함 상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 연구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자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은규 교수는 성실한 연구자의 태도를 우직하게 고수했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DLTS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연구자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전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빛이 보이고 길이 생기더군요.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 성실하게 임하면 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반 산업이다.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안전성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태양전지 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LED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에서 공동 연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반도체와 관련된 구조는 DLTS를 통해 결함 상태의 에너지 준위를 측정해 소자의 신뢰성 및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측정 장비와 분석 노하우를 갖춰야 하는데, 김은규 교수는 지난 30년간 해당 연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DLTS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 김 교수는 "연구자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전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빛이 보이고 길이 생기더군요." 라고 말한다. 자연 현상 원리 밝히는 재미있는 물리학 일반적으로 물리학은 어려운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에 대해 김은규 교수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물리학은 눈에 보이는 자연 현상을 보편적인 원리로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수학적인 도구를 사용해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자연 현상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해주는 것이니까요.” 복잡한 수학 공식보다는 원리를 밝히는 것이 물리학의 목적이라고 강조하는 김은규 교수. 중·고등학교 때 어려운 수학 공식보다 실험 도구를 자주 접하면 물리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물리학과 반도체 소자 관련 연구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김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양자기능연구실’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현재까지 반도체 소자 물리는 고전 역학 및 고전 전자기학으로도 충분히 설명됐습니다. 하지만 향후 나노 구조의 양자 소자는 양자역학적 개념을 이용한 반도체 소재나 구조로 창출될 것입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적 개념의 기능을 가진 양자 소자를 제안하고 응용하기 위해 양자기능연구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은규 교수는 “창의력은 튼튼한 기초를 기반으로 탄생하는 법”이라며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물리학이라는 기초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질 때 비로소 양자 기능의 미래 소자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대 2017년 9-10월호 이북 보기

2017-08 16

[교수][시선집중] 연구자의 길은 자신만의 나무를 가꾸는 여정

제5회 백남석학상을 수상한 에너지공학과 강용수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촉진수송현상’이라는 한 가지 연구 주제로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촉진수송 분리막과 고체상 염료감응 태양전지 개발이라는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에너지공학과 강용수 교수 정년 앞두고 뜻 깊은 백남석학상 수상 “그동안 함께 고생한 학생들 덕분에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양대학교에 재직한 지 12년이 됐는데, 길지는 않지만 열심히 일해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죠?” 지난 5월 15일 열린 개교기념식에서 제5회 백남석학상을 수상한 에너지공학과 강용수 교수의 수상 소감이다. 백남석학상은 한양학원 설립자인 백남 김연준 박사의 건학 정신을 기리고자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강용수 교수는 이러한 큰 상의 공을 주저 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학생들에게 돌리며 개인적인 감회를 덧붙였다. 그가 지난 2005년 20여 년간 몸담았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한양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강단에 서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과학자는 새로운 현상을 접했을 때 이를 어떻게 응용할까 고민하는 유형과 원리를 탐구하는 유형으로 나뉘는데, 저는 후자였습니다. 그래서 학자 타입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죠. 강의하고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서슴지 않고 학생들이 삶의 원동력이라고까지 말하는 강용수 교수는 천생 타고난 학자임에 틀림없다. 촉진수송현상의 수학적 모델 수립 강용수 교수가 백남석학상의 영광을 안은 것은 ‘고체상에서의 촉진수송현상’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이를 분리막 및 태양전지에 응용한 공로 덕분이다. 촉진수송현상은 운반체라는 물질을 이용해 분리하고자 하는 두 물질 간의 이동속도 차이를 야기하는 것으로, 강 교수는 이 개념을 화학물질을 분리하는 분리막에 적용했다. 즉 고체상에서의 촉진수송현상과 운반체로 고분자 전해질 소재를 이용해 에틸렌, 프로필렌과 같은 올레핀 기체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촉진수송 분리막을 제조한 것이다. 촉진수송 분리막을 이용하면 분리막에 특정 물질에만 반응하는 운반체를 넣어 간단하게 화합물을 분리할 수 있다. 따라서 끓이고 식히고 또 끓이기를 수십 차례 반복해야 하는 기존의 저온증류법과 비교하면 매우 효율적이다. 공정을 단축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순도의 원료를 얻을 수 있으니 석유화학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관련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강용수 교수는 1996년 촉진수송현상의 원리를 규명하는 수학적 모델을 처음으로 수립해 개척자로 인정받고 있다. 1998년에는 혁신성을 높이 평가받아 대규모 연구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과학기술부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에 선정돼 2005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촉진수송 분리막 연구단을 이끌었다. 이는 강용수 교수의 30년 연구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기억된다. 원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시기로, 우리 기술과 우리 소재를 이용해 촉진수송 분리막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촉진수송 분리막에 대한 이해와 성능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연구팀보다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현재 상업화를 위한 연구가 세계 최초로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태양전지 개발에 응용 촉진수송현상은 석유화학 공정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강용수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신재생 에너지에 접목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분리막에 사용한 고분자 전해질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다 보니 소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사회적 관심이 높은 분야에 적용할 수 없을까 고심하게 됐습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공학자다운 고민 끝에 강용수 교수는 고분자 전해질을 응용해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그 후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가 성황을 이루면서 한때 그는 태양전지 전문가로 불리기도 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태양전지 기술 중 하나입니다. 식물의 엽록소가 햇빛을 받아 광합성하는 원리를 응용했는데, 태양 빛을 받아 전자를 생성하는 특별한 염료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는 기존 반도체를 이용한 태양전지보다 제조단가가 낮은 데다 가볍고 투명한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다양한 색과 형태로 만들 수 있어 건물 유리에 알록달록한 색상을 가미하면 디자인 감각까지 높일 수 있고, 각종 휴대용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효율성 및 내구성이 떨어져 이를 보완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다. 강용수 교수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이공학분야(ERC)’에 선정돼 차세대 염료감응 태양전지기술센터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ERC 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덕분에 학교의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염료감응 태양전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든든한 연구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몇 차례 연구 지원을 받아 30년 동안 촉진수송현상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만 몰입할 수 있었으니, 저는 연구자로서 운이 아주 좋았던 편입니다. 꾸준히 연구를 지속한 덕분에 전문성과 자신감을 갖게 됐으니까요. 그 결과 새로운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개성’ 촉진수송현상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연구를 이어온 강용수 교수는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만의 개성이라고 말한다. “남의 나무의 가지를 더 크게 하는 일보다는 비록 나약할지라도 자신만의 나무를 심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에게 개성은 독자성과 전문성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아무리 융합을 강조하는 시대라 해도 우선은 전문성을 탄탄히 다진 후에 열린 마음으로 협업하고 융합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아울러 30년간 한 가지 주제에만 매진한 연구자로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동안 촉진수송현상을 연구해왔지만 제가 얼마나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다 안다고 자신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많이 묻고 배우고 있습니다.” 앎을 확신하는 사람은 의심하거나 성찰하지 않는다. 이는 연구자가 지양해야 하는 태도다. 소크라테스도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을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하지 않는가. 강용수 교수와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30년 연구 인생에서 터득한 소중한 지혜를 공으로 얻게 된다. 더불어 그는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초학문에 대한 지식을 탄탄히 갖춰야 응용력을 키울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적응력도 키울 수 있고요.”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그동안의 연구가 기술이전으로 결실을 맺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현재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지만 내년까지 완성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제 기술이 실용화되면 정말 신날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저만의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했다고 자부합니다.” 평생 촉진수송현상이라는 한 개의 연구 나무를 겸허한 자세로 가꾸어온 강용수 교수. 한 분야에 깊이 심취해온 그의 연구 인생에 경애의 마음을 보낸다. 사랑한대 2017년 7-8월호 이북 보기

2017-05 23 중요기사

[교수]개교 78주년, 백남석학상의 주인공을 만나다

한양대 78주년 개교기념식이 지난 5월 15일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우리대학은 매년 개교기념일에 고(故) 백남 김연준 박사의 뜻을 기리며 ‘백남석학상’을 수여하고 있다. 본 상은 일생을 교육 사업에 전념한 김연준 박사의 정신을 잇는다는 점에서 한양의 ‘학술적 가치’를 대표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아 강용수 교수(에너지공학과)가 백남석학상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개성 있는 연구를 추구하다 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강용수 교수는 “연구실에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고 그동안 일을 워낙 잘해줘서 12년 동안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번 수상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늘 독창적으로 연구 문제에 접근하려는 습관이 현재의 강용수 교수를 만들었다. 우리대학으로 오기 전, KIST 연구원으로 재직한 그는 첫 프로젝트로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분리막 개념을 적용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분리막 기술’의 시작이었다. ▲백남석학상 수상자인 에너지공학과 강용수 교수(오른쪽)가 김종량 학교법인 한양학원 이사장과 15일 한양대 78주년 개교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강 교수 연구의 근간이 되는 것은 ‘고체상에서의 촉진수송 현상’이다. 분리막을 구성하는 혼합물 중 특정 성분과 반응을 할 수 있는 운반체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들의 가역반응으로 인해 물질 전달이 추가로 일어나 물질 전달이 촉진되는 현상을 ‘촉진 수송’이라 한다. 강 교수는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의 목적으로 촉진수행현상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는 각각 ‘분리막 기술’과 ‘태양전지 기술’ 분야의 응용 연구로 이어졌다. 먼저 강용수 교수는 촉진수송을 이용한 올레핀 분리막을 개발해 분리막 기술의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열었다. 올레핀 물질은 수요가 많은 기본 화합물로, 에틸렌/에탄 혹은 프로필렌/프로판 혼합물로부터 저온 증류법으로 생산된다. “공장을 따라 늘어선 긴 굴뚝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굴뚝 안에서 저온 증류법 과정이 이뤄지는 거죠.” 강 교수는 “이러한 저온 증류공정은 에너지 수요가 크다”며 “간단한 분리막 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는 고체상 촉진수송 현상을 성공적으로 분리막 개발에 적용했다. 더불어 올레핀 분리막의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현재는 촉진수송 분리막을 상업화 및 실용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용수 교수와 지난 18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강 교수는 과거를 회상하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꺼냈다.. 어려운 순간에도 망설임 없이 나아가 강용수 교수의 연구 인생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매 순간이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양대로 옮겨올 때의 순간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는 KIST 재직 시절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을 통해 10년간 예산을 지원받아 큰 어려움 없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대학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연구비가 단절됐고 재정적 어려움이 닥친다. 이때 값진 은혜를 입은 인물이 당시 삼성의 나노 전문가로 있던 김종민 교수(현 케임브리지대학)다. 김종민 교수는 강 교수가 맡고 있던 연구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흔쾌히 1억의 연구비 지원을 약속했다. “몇 번 만나본 것이 전부였던 사이지만, 큰 도움을 받았어요. 이 연구비를 통해 우리대학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가능했죠.”. 위기를 넘긴 강 교수는 우리대학에서 ‘염료감응 태양전지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유기 태양전지의 일종인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모방해 개발한 기술이다. 에너지 변환효율이 비교적 높을 뿐만 아니라 제조 단가가 낮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에너지 변환효율이 낮아 실용화엔 어려움이 있었다. 강용수 교수는 촉진수송 개념을 고체 전해질에 적용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내구성과 에너지 변환효율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실용화에 필요한 원천기술(Oligomer approach)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틀어 SCI 등재지 32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50건 이상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그이다. ▲염료감응 태양전지 연구 과정에서 강용수 교수가 같은 팀 연구원과 논의를 하고 있다. 강용수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으로 ‘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이라는 말이 있다. ‘백척 높이의 흔들리는 장대 위에서 한 발 더 내디디면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뜻이다. “95%의 연구가 진행됐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막힐 때가 있어요. 그 순간을 뛰어넘어야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끈기를 가지고 연구를 이끌어온 강 교수. 그의 설명에서 의연함이 묻어났다. 강용수 교수는 뛰어난 연구 업적 외에도 우리대학에서 지난 12년 동안 교육자로서 다양한 공헌을 이어왔다. 화학공학과 교수로 시작해 현재는 에너지공학과에 재직 중인 그는 학부과정에서 '에너지 소재' 및 '기능성 고분자' 등 새로운 교과목 개발했다. 2015년 11월에 수상한 '베스트 티처(Best Teacher)' 상은 강 교수에게 뜻깊은 순간이었다. “Best Teacher 상을 받은 것이 제일 큰 자부심입니다. 학생들의 평가를 토대로 받은 상이기 때문에 학생이 준 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말 기분 좋은 순간이었죠.” ▲연구면 연구, 교육이면 교육. 강용수 교수는 두 분야에서 모두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며 교수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마지막 꿈 이뤄내길 평생을 연구와 교육에 헌신한 강용수 교수는 어느새 다음해 8월로 정년으로 앞두고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목표는 '분리막 기술' 연구의 상업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상업화까지 가까이 왔는데 쉽지 않네요. 종종 ‘정년까지 이뤄내기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현재로선 최대한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보고 싶습니다.” 강 교수는 “정년 후에는 전문성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고 살면 좋을 것 같다”며 “현재는 어떤 기회가 있을지 탐색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는 축구를 좋아해요. 축구를 할 때, 11명이 선수로 뛰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전문성이죠. 선수들은 본인에 역할에 맞는 적절한 위치에 들어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팀으로서 융합할 수 있습니다.” 강 교수는 전문성을 키우고 협력하는 생활을 강조했다. 나아가, 개성을 가지고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평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기 특성을 파악하고 유지하다 보면 좋은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취업에 얽매여 불안해하지 말고 공부를 재미있게 했으면 좋습니다.” 글, 사진/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2017-05 11

[교수][시선 집중] 땀구멍 지도 우연한 발견에서 길어 올린 과학적 성취

‘땀구멍 지도를 이용한 새로운 지문 분석법’을 개발한 김종만 교수가 우수한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2017 한양대학교 학술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종만 교수는 2014년 ‘이달의 과학기술자상’과 2015년 ‘삼성고분자학술상’을 받은 바 있지만, 이번 학술상은 한양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게 돼 더욱 특별하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 화학공학과 김종만 교수 땀구멍으로 범인을 추적한다? ‘땀구멍 지도(sweet pore map)’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땀구멍 지도란 손가락 끝의 땀샘에서 나오는 수분을 감지해 이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아무리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라도 각자 다른 지문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문과 같이 땀구멍 패턴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사람마다 땀구멍의 위치, 크기, 모양이 다 다릅니다. 40여 개의 땀구멍만 있으면 신원을 밝힐 수 있지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발동한다. 우리는 이미 주민등록증을 비롯해 스마트폰, 노트북, 출입문 등의 각종 지문인식시스템을 통해 신원을 증명하고 있다. 범죄 현장에서도 지문은 범인을 밝히는 결정적 단서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김 교수는 왜 땀구멍 지도를 활용해 새로운 지문 분석법을 개발한 것일까. “지난 100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융선(지문 곡선)을 이용한 지문 분석법은 지문의 많은 부분이 찍혀 있어야 대조할 수 있습니다. 즉 대량의 잠재 지문이 필요합니다. 또한 종이, 지폐와 같은 다공성(내부 또는 표면에 작은 빈틈을 많이 가진 상태) 고체 표면에는 융선이 아니라 점 모양으로 많이 남기 때문에 융선 패턴과 대조하기 어렵습니다.” 땀구멍 지도를 이용한 새로운 지문 분석법은 일부의 지문이나 다공성 고체 표면에 찍힌 지문으로도 신원을 파악할 수 있어 융선을 이용한 지문 분석법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 우연이 선물한 ‘유레카’ 우리의 손가락 끝에 있는 땀구멍에서는 피부를 촉촉이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소량의 땀(수분)이 배출된다. 수변색(hydrochromic, 수분과 반응해 물질이 지니고 있는 색이 다른 색으로 변하는 것) 공액(다중 결합이 단결합을 사이에 하나 끼워 존재하고 상호 작용을 나타내는 것) 고분자인 ‘폴리다이아세틸렌(Polydiacetylene, PDA)’은 수분을 감지하면 청색에서 적색으로 바뀌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손가락 끝을 폴리다이아세틸렌 필름에 날인하면 미량의 수분을 감지해 적색의 땀구멍 패턴을 얻을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김종만 교수는 폴리다이아세틸렌이 수분 접촉에 의해 색이 변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온도, 압력, 유기용매에 의해 색이 변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수분에도 감응 한다는 사실은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는 우연의 산물이었다. “어느 날 저희 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폴리다이아세틸렌에 입김을 불었더니 색이 바뀌더군요. 입김 속의 수분에 감응한 것이지요.” 알렉산더 플레밍이 포도상구균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생성된 푸른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탄생시켰듯이, 김 교수는 사소한 발견을 놓치지 않고 연구자의 예리한 통찰을 발휘했다. “그 모습을 보고 혹시 손가락 끝의 땀에도 감응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실험을 진행했더니 붉은색으로 변하더군요. 이를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하니 땀구멍 패턴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땀구멍 패턴인지 밝히기 위해서는 정밀한 검증 작업이 필요했다. 고해상도 스캐너를 이용해 인체에서 땀구멍을 추출한 뒤, 별도의 이미지 매칭 프로그램을 개발해 폴리다이아세틸렌으로 얻은 이미지를 대조한 결과, 이 둘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의 땀구멍 지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후 김 교수가 개발한 방법을 사용하면 잠재 지문의 땀구멍과 대조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 발급 시 융선과 함께 땀구멍 데이터를 구축하면 향후 범죄 수사나 신원 파악 시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융선과 달리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화장품 회사에서도 관심이 높은데 활성 땀구멍과 비활성 땀구멍의 분포를 파악, 여름철에 땀을 억제해주는 데오드란트 제품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다한증을 비롯한 땀 분비 관련 질환 연구에도 응용할 수 있다. 땀구멍 지도를 이용한 지문 분석법은 2014년 4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려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같은 해 5월에는 과학 전문 주간지인 <네이처 (Nature)>의 연구 하이라이트(research highlight)에도 게재됐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10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자’로 선정됐다. ▲ 땀구멍 패턴들. 왼쪽부터 융선 지문 패턴, 잠재 지문, 패턴 매칭, 종이 위에 찍힌 실제 지문. 운명의 고분자 ‘폴리다이아세틸렌’ 김종만 교수가 이끌고 있는 유기나노소재연구실은 주로 외부의 화학적, 물리적 자극에 감응해 색이 변하는 센서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센서는 질병의 조기 진단, 환경 오염 물질 검출, 식품의 안전성 테스트, 생화학 테러 물질 검출 및 위조 방지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특히 앞서 소개한 폴리다이아세틸렌을 주 소재로, 지문 분석 외에도 가짜 휘발유 감별, 위조 방지 센서 등을 개발했다. 현재는 나노 튜브 구조의 센서 및 신호 증폭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3D 센서를 개발 중이다. 김 교수가 이렇게 폴리다이아세틸렌에 심취하게 된 것도 벌써 20년이 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시절, 한 세미나에서 외부 자극에 색이 변하는 고분자 소재를 알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폴리다이아세틸렌이었다. 기존의 센서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가의 분석 장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폴리다이아세틸렌은 육안으로도 청색이 적색으로 변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단번에 매료됐다. 그렇게 김 교수 연구 인생의 운명적 파트너라 할 수 있는 폴리아다이아세틸렌과 조우한 후 ‘왜 색이 변하는 것일까?’, ‘다시 본래의 색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등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20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연구 초기에는 폴리다이아세틸렌의 분자 설계법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짜 휘발유 식별 등 실용적인 주제 로 확대했습니다.” 공과대학 교수로서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연구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공액 고분자를 이용한 가짜 휘발유 식별 센서칩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폴리다이아세틸렌을 이용한 센서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김 교수는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는 테크니션이 아니라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테크니션’이 아니라 ‘사이언티스트’가 돼야 고등학교 시절부터 벤젠의 고리 구조에 흥미를 가졌다는 김종만 교수. 실제 김 교수 연구실의 화이트보드에는 육각형 모양의 벤젠 고리가 한가득이었다.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가 꿈에서 발견했다는 벤젠의 독특한 분자 구조가 한 고등학생을 화학의 세계로 안내한 것이다. 평소 학생들에게 ‘테크니션이 되지 말고 사이언티스트가 돼라’고 강조하는 김 교수는 과학자에게는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는 테크니션이 아니라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엉뚱한 아이디어도 좋으니 생각을 많이 하고, 인문학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김종만 교수의 다음 연구 목표는 무엇일까.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폴리다이아세틸렌을 이용해 폐암 진단 센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폐암 환자의 날숨에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일종인 톨루인이 정상인보다 세 배나 많이 검출되는데, 이를 센서로 인식하면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습니다.”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조기에 자각하기 힘들다. 따라서 간단하게 조기 진단할 수 있다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폴리다이아세틸렌을 이용한 그의 연구 영역은 이렇게 점점 깊고도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사이언티스트 김종만 교수의 연구가 기대된다. 사랑한대 2017년 5-6월호 이북 보기

2017-04 20

[교수][사랑, 36.5°C] 기부는 삶의 아름다운 소명입니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왔다면,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한 욕심보다는 남은 삶에 대한 아름다운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의미에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기부만큼 “웰 에이징”의 본뜻을 의미 있게 실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삶을 가꾸어 가는 일이 생의 큰 화두라는 신정식 명예교수, 정년퇴임 이후 이제는 기부자로서 한양과 함께 하고 있는 그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Q 퇴임하신 이후 지금까지 1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기부를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1962년 처음 강단에 선 후 2002년 정년퇴임을 하기까지, 4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한양과 함께 하였습니다. 한양에서 보낸 수많은 계절들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었습니다. 회계학교수로서 이론과 실무를 연계한 다수의 논문을 써 우리나라 회계제도의 글로벌화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주로 공인회계사제도를 강조하는 기조에서 학생들을 교육하였고, 그 결과는 오늘날의 한양대 경영대학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다고 봅니다. 후반 16년은 대학본부의 행정에 참여하여 격동기의 대학경영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에 기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젊은 날 한양에 쏟았던 애정이, 나이가 들면서 한양의 발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책무로 다가왔습니다. ▲ 신정식 경영학부 명예교수 Q 기부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텐데요, 가족들은 선뜻 동의하셨나요? 가족들과 먼저 상의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일단 실행하고 나중에 가족들에게 얘기를 하는 편인데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내는 누군가를 돕는 일에 저보다 더 열성적입니다. 지금도 노인복지관 등에서 독거노인들을 위한 공연 봉사 활동을 통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역시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봉사나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한양대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하시는 다른 기부나 봉사활동이 있을까요? 제가 공인회계사이기 때문에 협동주택공동체나 종친회 등 비영리 단체의 회계감사를 무료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 권유로 시작했는데 제가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금전적 기부와는 또 다른 보람을 줍니다. 비영리 단체의 경우 대부분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저처럼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부의 또 다른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기부를 하시는 데 있어 교수님만의 철학이 있습니까? 저는 방울방울 떨어지는 낙숫물이 섬돌에 구멍을 뚫는다는 말을 믿습니다. 큰 금액을 쾌척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물론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소액 기부자의 수를 늘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기부문화의 중심이 된다면, 아마 기부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활성화 될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동문 수 대비 기부 인원이 아직 많지 않은데, 동문들이 소액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전문지식으로 무장된 기부금 조성전문팀을 대학기구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운영 하는 것도 하나의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한 기부를 받는 기관의 기부금회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것도 참여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Q 교수님의 기부금이 한양대에 어떤 변화를 만들기를 원하십니까? 기업은 짧은 기간에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대학은 하루아침에 위상을 높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대학을 한 단계씩 도약시켜야 합니다. 지속적인 투자 즉, 선진연구시설과 유능한 교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설립자이신 故 김연준 박사님은 철저하게 검약하시며 사랑을 실천하셨던 분입니다. 오직 한양대학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뿐이셨죠. 설립자님의 뜻이 실현되는 데에 저의 작은 기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정식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나눔을 실천하면 우리사회의 품격이 성숙해지고 우리가정이 따뜻해지고 개인의 위상이 더 높아집니다. 기부를 통해 세상에 온 존재의 이유를 느끼는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말한다. Q 기부를 망설이는 다른 분들에게 독려의 말씀을 하신다면? 기부를 하는 데에 금액의 크기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액수가 크든 적든 기부하겠다는 용기 있는 결심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 시작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심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실천하시기를 권합니다. 나눔을 실천하면 우리사회의 품격이 성숙해지고 우리가정이 따뜻해지고 개인의 위상이 더 높아집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주는 삶의 변화를 경험해 보실수 있습니다. 날마다 이유 없이 기분이 좋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세상에 온 존재의 이유를 느끼는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글로벌 수준에 비하면 아직도 그 바탕이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들의 작은 결심과 실천이 그 기부문화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행한대 2017년 SPRING (제5호) 이북 보기

2017-03 21

[교수][시선집중] 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열정 바친 20년 연구 인생 (1)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윤채옥 교수가 암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6년. 그 후로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윤 교수는 온전히 유전자 치료 연구에만 몰두했다. 지난해에는 그러한 노고를 기념하듯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의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윤 교수의 연구 인생 20주년을 더욱 뜻 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인류의 염원, 암 정복 지난해 조선일보가 선정한 ‘2016 올해의 책’ 중에서 전문 선정위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책은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이었다. 폴 칼라니티라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은 출간 4개월 만에 10만 부가량 판매되며 일반 대중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무수한 종양이 폐를 덮고 있었다’라는 담담하지만 강렬한 프롤로그의 도입부 문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에는 10년이라는 혹독한 수련의 기간을 끝낼 무렵 암 선고로 삶의 정점을 잃은 한 젊은 의사의 마지막 회고가 담겨 있다. 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이룰 수 있는 전문의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암 환자의 안타까운 투병기는 우리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비단 책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암은 기대수명 80세를 넘어 100세, 120세를 바라보는 현대인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 주변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암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윤채옥 교수. 그 또한 가까운 가족들을 암으로 잃으며 암 유전자 치료제 연구에 열정을 쏟게 됐다. ▲ 윤채옥 교수(생명공학과) 국내 최초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 심포지엄 개최 지난해 11월 한양대학교에서는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ISCGT)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들만이 활동할 수 있는 국제암세포유전자치료학회는 신규 회원의 입회가 매우 까다로운 곳이다. 윤채옥 교수는 연구 성과 및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6년 국내 최초로 학회 일원이 됐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건만 윤 교수는 여전히 국내 유일의 학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 심포지엄의 책임자까지 맡았다. “매년 각 국가별 회원들이 돌아가며 심포지엄을 열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에서는 여러 차례 개최됐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주최하는 것이었죠. 혼자 행사를 준비해야 돼 부담이 컸지만, 다행히 행사 3일 동안 7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기대 이상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심포지엄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최근 의약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영국 유전자치료학회장 레너드 시모어(Leonard W. Seymour), 독일 병리학 학회장 만프레드 디텔(Manfred Dietel), 유럽 의료공학 학회장 네기 하빕(Nagy Habib), 싱가포르 국립 암센터 원장 켐 휘(Kam M Hui) 등 세계적인 대가들과 바이오 신약 산업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암젠 제약회사의 안젤라 엄(Angela Yum)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이들을 연사로 섭외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국내외 19개 제약회사들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활발한 연구 및 제품 상용화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기존 심포지엄에서는 학계 중심의 기초연구 발표가 주를 이뤘는데, 이번에는 임상시험 중이거나 제품화된 사례 발표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국제 심포지엄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전 세계에 한양대학교의 위상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한다? 현재 윤채옥 교수는 생명공학과의 유전자치료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유전자 치료란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특정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 안에 넣어 질병을 치료, 예방하는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유전자치료연구실의 주요 연구 분야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종양 살상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이즈, 에볼라 등 질병을 발병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러스로 암을 치료한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윤 교수는 이러한 반응에 익숙한 듯 바이러스에 대한 오해를 말끔히 해소해주었다. ▲ 윤 교수의 연구실에서도 지난해 정부 과제로 선정된 췌장암 유전자 치료제와 유효성 검증을 마치고 독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폐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은 고정관념입니다. 4만여 종에 이르는 바이러스 중 인체에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는 상당히 제한적이며, 그중에서도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해한 것들이 많죠.” 그렇다면 유전자 치료에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몸은 여러 층위의 방어 체계를 이루고 있어 외부에서 무언가를 유입시키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증식을 위해 세포 내에 잘 침투하는 성질을 갖고 있죠. 이러한 성질을 역이용해 바이러스를 유전자 치료의 핵심 기술인 유전자 운반체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유전자 치료제를 실어 세포에 주입한다는 말이다. 특히 윤 교수는 암세포만 골라 사멸시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개발해 정상 세포가 피해받는 것을 줄였다. 아데노바이러스는 바이러스가 감염시킨 숙주 세포의 유전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구토, 탈모 같은 항암 치료제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암세포 특이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해 암 전이도 막을 수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각종 암 치료를 위해 종양 특이적 살상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전임상 및 임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윤 교수의 연구실에서도 지난해 정부 과제로 선정된 췌장암 유전자 치료제와 유효성 검증을 마치고 독성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폐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암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외길 인생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윤채옥 교수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전자 치료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전자 치료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발병 원인을 근원적으로 밝혀 치료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윤 교수는 유전자 치료 연구에 단숨에 매료됐다.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유전자 치료 연구라는 외길만 걸어왔다. “제가 특별히 지조가 굳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 치료 연구에만 매달려도 연구할 것이 너무 많아 다른 분야에 눈 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유전자 치료 방법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치료에 세포 치료제나 나노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는 등 타 분야와의 융합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 틈틈이 다양한 분야의 연구논문을 읽고 있다는 윤 교수. “학생들에게도 논리적이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T자형 인재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공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동시에 타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공 분야에만 매몰되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니까요.” ▲ 윤 교수는 "전공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동시에 타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공 분야에만 매몰되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니까요" 라고 말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유전자 치료 분야는 암뿐 아니라 유전병, 심혈관 질환, 파킨슨병, 정신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어 촉망받는 연구 분야다. 하지만 단지 괄목할 만한 연구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상용화 과정을 거쳐 실제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야 한다. “제 연구가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길 바랍니다.” 차세대 신약 개발로 인류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윤채옥 교수의 연구는 그래서 더 많은 기대를 모은다. 윤 교수의 연구실을 환하게 밝히는 불빛은 암 정복이라는 인류의 염원을 앞당기는 희망의 빛으로 빛나고 있다. 사랑한대 2017년 3-4월호 이북 보기